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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

자기계발 |《오늘도 비움》북 리뷰 - 온건한 미니멀리즘 시작하기

by 생각의조각 2022.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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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비움 북 리뷰

신미경 지음│북폴리오

 

온건한 미니멀리즘 : 차근차근 하나씩

개인적으로 너무나도 좋아하는 책으로, 이미 한 번 읽었던 것을 이번에 재독 함. 

 

미니멀리즘에 대한 책이 우수수 쏟아져 나오던 몇 년 전, 굳이 미니멀리스트가 되려는 생각은 없지만 호기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가 없어 몇몇 유명한 책을 펼쳤다가 질겁하고 도망쳤더랬다. 

 

최대한 많이 버리고 비우라, 물건의 속박에서 벗어나라! 

 

이렇게 주장하는 그들의 공간은 사진상으로 보기에 깨끗하고 홀가분해 보이기는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무색·무취, 특색이 없는 공간으로 보였다. 그곳에 사는 사람의 취향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무미건조한 분위기의 집이라니.

 

난 '집'이라는 소중하고 편안한 공간에는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애정이 담긴 물건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그 휑뎅그렁한 공간들은 딱히 내가 본받고 싶은 라이프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렇게 미니멀리즘은 나와 멀어지는 듯 보였다.

 

처음으로 접한 신미경 작가의 작품은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였다. 제목이 좋아 집어 들게 된 책이었는데 내용도 마음에 들었다. 그 호감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다른 작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물건을 최대한 많이 소유하고 싶은 욕심으로 가득했던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는 〈오늘도 비움〉을 읽게 만든 것이다.

 

〈오늘도 비움〉은 단출하면서도 그녀의 취향으로 가득한 애정 어린 공간과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에세이다. 일단 한 번에 많은 물건을 버려야 한다는 결단을 촉구하는 극단적 미니멀리즘이 아니라 부담감이 적다. 차근차근 하나씩 정리해나갈 여유를 준다는 점에서 미니멀리즘 온건파(?)에 가깝다. 이러한 온건함이 미니멀리즘에 대한 나의 두려움과 거부감을 줄이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게 했음은 물론이다.

 

데일리 미니멀 라이프 : 좋아하는 것으로 둘러싸인 애정 어린 공간의 창조

이 책의 가장 탁월한 점은 저자가 자신이 무엇을 진정으로 좋아하는지 확실히 알고 있기에, 자신의 확고한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것을 남기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미니멀리즘 에세이이지만 "버려라!"가 아니라 "남겨라! 단 네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고 좋아하는 것만"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달까. 이 때문에 기존 미니멀리즘 서적에서 느꼈던 거부감을 느끼기는커녕, 내 롤 모델로 삼고 싶다고 느낄 만큼 마음에 드는 생활철학이 글에 스며들어 있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저자의 애정이 담긴 물건과 공간이 연출하는 안락함과 따뜻함이다. 이는 곧 자신의 삶에 대한 긍정과 만족, 행복감과 맞닿아 있다. 난 아직 '무소유'와 같은 해탈한 마인드로 살고 싶지 않다. 그러나 제일 소중한 가치에 집중하기 위해 내 삶의 잉여를 덜어내는 일이라면 꼭 하고 싶다.  

 

실천 적용하기

저자의 글을 읽고 내 주변에 있는 물건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내 취향은 반영되어 있는 것인지 하나하나 따져보았다. 그랬더니 내가 아끼고 좋아하는 물건보다 마음에 안 들지만 아까워서 차마 버리지 못하는 계륵 같은 물건이 더 많더라. 자신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만들어나가는 저자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나도 더 이상은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고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꺼번에 많은 작업을 하기보다 그날그날 구간을 정해, 차근차근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하니 의외로 재미있기도 했고.

 

1. 옷장

유행이 지난 옷, 사이즈가 맞지 않는 옷, 취향이 아니라 몇 년간 입지 않은 옷 등을 추려내니 어마어마한 양이 나왔는데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하거나 옷 수거함에 넣고, 그마저도 힘든 옷은 미련 없이 버렸다. 저자처럼 옷걸이 개수로 옷의 양을 제한하는 방식을 쓸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가족과 함께 공유하는 부분이 많아 그러기는 힘들다.
그래서 새 옷을 사려면 반드시 그와 쓰임이 겹치는 품목을 버린다는 내 나름대로의 원칙을 세웠다. 예를 들어, 새 검정색 원피스를 사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검정 원피스 하나를 버리는 식이다. 이 원칙만으로도 수많은 지름신을 물리칠 수 있고 옷에 지출하는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2. 책장

독서를 좋아하는 만큼, 한때는 내 모든 물건을 버려도 책만은 절대 버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다. 그러나 내 방 대부분의 공간을 책이 점령하고 있고, 내가 그로 인해 스트레스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좀 더 넓고 쾌적한 공간을 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제일 먼저 처분의 대상이 된 장르는 경제/경영 도서다. 워낙 유행에 민감한 분야라서 그런지, 유통기한이 지난 낡은 지식이 되어버린 책이 많아 버리기 쉬웠다. 솔직히 알라딘에 중고로 팔 수 있다면 팔았을 테지만 쓸모없는 지식이 된 책을 원하는 사람이 있을 리 없다.

그다음은 만화책. 권수가 많아 공간 또한 많이 차지하는 만큼, 재독 할 정도로 정말로 좋아하는 책 역시 처분해 버렸다. 대신 전자책으로 재구매했지만.

경제/경영, 만화책을 솎아낸 것만으로도 내 책장은 상당히 헐렁해졌다.


이 외에도 전자책으로 구매할 수 있는 책은 팔거나 버렸고, 남아있는 것은 내가 특별히 '애틋하게' 생각하는 책들이다.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반복해 읽을 수 있고, 아직도 내 감정을 요동치게 하며, 그 책에 내 삶이 녹아들어 있는, 나와의 관계가 돈독하다고 할만한 선별된 책들.

물론 탐탁지 않은 몇몇 책들도 남아있다. 내 취향이 아닌, 가족들의 책. 나 혼자만의 공간이 아니기에 어쩔 수 없이 타협해야 하는 부분이다.

사실 아직도 책장 정리는 현재 진행형이다. 바로 사놓고도 읽지 않은 책들 때문이다. 읽지도 않고 바로 처분하자니 아까워서 한 번은 읽고 버리자, 하는 마음에 남겨두게 된 것이다. 때문에 책을 부지런히 읽어야 한다.

 

겨우 두 공간을 정리했을 뿐인데도 집에 상당히 많은 여유 공간이 생겼다. 20년 넘게 끌어안고 있던 애물단지 가구들 몇 개를 버릴 수 있었던 것도 나름의 성과.

 

미니멀 라이프를 향한 작업은 아직도 조금씩 진행 중이다. 책상 서랍 하나,  화장대 서랍 한 칸, 이런 작은 공간도 뒤져보면 정리해야 할 물건들이 여럿 튀어나온다. 진척 속도는 느리지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데 의미를 둔다.

 

물건을 줄여 여유 공간이 늘어난 효과를 직접 실감하고 나니, 집에 새로운 물건을 들이는 일에도 까다로워져서 충동구매를 하는 일이 줄었다. 삶에 대한 자세가 바뀌니 스트레스를 받아도 쇼핑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해소하게 된 것이다. 

 

한때 맥시멀리스트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던 나를 미니멀 라이프로 전향하게 만들고, 내 삶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크게 바꿔놓았다는 점에서 내게 의미 있는 책이다. 아마 앞으로도 종종 내 생활을 재정비할 때마다 다시 읽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 책을 읽을 때마다 마음이 평온해지며 묘한 만족감을 느끼게 되니까.

 

과거의 나처럼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 싶지만 그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과 두려움을 지니고 있는 초보/입문 미니멀리스트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미니멀리즘이란 결코 수도자들이 하는 것 같은 고행이 아니라, 내 일상을 잘 정리하여 삶의 행복을 온전히 누리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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