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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

건강 |《늙지 않는 비밀(THE TELOMERE EFFECT)》북 리뷰

by 생각의조각 2022.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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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지 않는 비밀(THE TELOMERE EFFECT)북 리뷰

엘리자베스 블랙번·엘리사 에펠 지음, 이한음 옮김│알에이치코리아

 

지나치게 '상식적인' <늙지 않는 비밀>

이 책은 텔로미어의 효과에 대한 과학교양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텔로미어에 대한 전문적이고 학문적인 내용이 아니라, 텔로미어를 길게 늘이는 방법에 대한 조언에 가깝다. 책의 초반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대중의 수준을 고려하여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썼기 때문에 금방 완독 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예상외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왜냐고? 너무나 지루했으니까!

 

책이 지루한 이유는 명확하다. 지나치게 상식적인 내용이기 때문이다. 무언가 새롭고 획기적인 늙지 않는 비밀을 기대했다면 크게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나 또한 그러했다.

 

늙지 않는 비밀은 거창하지 않다. 누구나 익숙하게 알고 있는 '건강한 생활/식습관'이 곧 텔로미어의 길이를 늘려 우리의 노화 속도를 늦추고, 건강 수명을 길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이처럼 딱히 새로울 것 없는 상식이 책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책을 끝까지 읽은 것은 다음의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1. 건강한 습관에 대한 경각심 키우기
2. 나머지 3분의 1의 새롭고, 의외로운 지식을 수집
3. 암환자로서 참고할만한 내용이 있는지 검토

 

따라서 이제부터 누구나 아는 상식적인 내용 - 건강한 수면, 운동, 식습관과 같은 - 에 대해서는 생략하고, 기존의 고정관념을 벗어나는 의외의 사실이나 새롭게 참고할만한 내용들을 위주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텔로미어란 무엇인가

텔로미어는 염색체 끝에 붙어있는 비암호화 DNA 조각이다. 세포 분열이 일어날 때마다 짧아지기 때문에, 텔로미어가 닳아 없어지는 속도를 보면 그 세포가 얼마나 빨리 노화되고 언제 죽을지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 즉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속도를 늦추는 것이 곧 우리 노화를 막는 지름길이다. 텔로미어의 길이는 유전의 영향을 받지만, 다행스럽게도 생활방식에 따라 그 마모를 늦추거나 심지어 역전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텔로미어 길이 늘리는 방법1 - 노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텔로미어의 길이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요소 중 하나는 노년에 대한 인식이다. 텔로미어를 길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기 나이보다 스스로가 더 젊다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자면, 60세인 사람이 스스로를 아직도 50대 시절처럼 활력이 넘친다고 느끼는 것은 텔로미어 길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이는 젊은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소망과는 전혀 다르다. 이를테면 50대인 사람이 30세로 되돌아가고 싶다고 갈망하는 것은 현실에 대한 부정이자, 나이 듦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다. 이런 태도는 사람들의 행동에도 영향을 미쳐 텔로미어를 짧아지게 만든다. 자신이 병에 대한 통제력이 없다고 믿기 때문에 처방받은 약을 꾸준히 먹는 것과 같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행동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이런 종류의 사람들은 심장마비로 사망할 확률이 2배 이상 높고 기억력도 더 급격히 쇠퇴한다. 병에 걸리거나 다쳤을 때의 회복도 느리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노년에 대한 진부한 인식을 버릴 필요가 있다. 행동은 굼뜨고 머리는 흐릿해서 스스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의자에 앉아 TV만 바라보며 시간을 때우는 외로운 양로원의 노인들과 같은 이미지 말이다. 그보다는 긍정적이고 활기찬 노년의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나의 경우는 타샤 튜더(Tasha Tudor)를 내 노년의 긍정적인 롤 모델로 삼았다. 다큐멘터리 <타샤 튜더(Tasha Tudor : A Still Water Story, 2017)>(플랫폼 : 왓챠플레이)를 통해 그녀의 삶을 처음으로 접했는데 몇 번이나 다시 볼 정도로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후회 없이 살아온 사람의, 고요하고 잔잔하면서도 단단한 일상. 아흔 전후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을 하며 부지런히 삶을 가꾸는 모습을 보노라면 묘한 행복감이 차오른다. 

 

텔로머라아제와 암의 역설

나 스스로가 암환자이니만큼 유독 긴장하며 읽은 파트이기도 하다.

 

텔로머라아제는 손상된 텔로미어를 복원시키는 기능을 한다. 문제는 텔로머라아제가 암세포의 세포 증식 또한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위적인 텔로머라아제 증가는 여러 종류의 암(흑색종, 뇌암, 폐암)에 걸릴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일단 악성으로 변한 세포, 즉 대다수의 암은 텔로머라아제의 과다 활동으로 더 불어난다. 

 

그렇기에 시중에서 판매하고 있는, 텔로머라아제의 양을 늘려준다는 인공 물질들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그 인공 물질에는 소위 식물 추출물과 같은 천연 물질도 포함된다. 식물 추출물 역시 강력한 화학물질이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암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텔로미어를 건강하게 유지해야 한다. 모순이다. 건강한 텔로미어에는 텔로머라아제가 필요하고, 텔로머라아제는 암세포 증식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것. 결국 핵심은 균형이다. 텔로머라아제의 양을 안전한 수준으로 증가시키는 경우에는 암세포 증식의 위험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인위적으로 텔로머라아제의 양을 증가시킨다는 상업적인 구호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저자들이 제안하는 건강한 생활방식을 통해, 보다 자연스럽고 온건하게 안전한 수준에서 텔로머라아제의 활동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텔로미어 길이 늘리는 방법2 - 자기연민 

이 파트를 읽으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내가 '자기 연민'과 '자기비판'에 대해 갖고 있던 고정관념을 180도 바꾸어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자기 연민이라는 용어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해왔다. 자기 연민이란 비겁한 자기변명이고,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 현실도피라고 여겼다. 그러나 저자들이 말하는 자기연민은 보다 긍정적이고, 따뜻하며, 건설적인 종류의 개념이다.

 

반면 내가 자주 행해왔고,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자기비판'이 자신을 상처 입히는 것은 물론 자기 개선으로서의 역할도 하지 못한다는 것에 반쯤은 놀라고 반쯤은 납득했다. 실제로 나의 자기비판은 고통스럽고 결국에는 자기비하로 이어지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늘 그것이야말로 나의 결점을 고치는 방법이니, 그 고통을 이겨내야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진정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에게 보다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결론

결론적으로 <늙지 않는 비밀>은 결코 비밀이라고 할 수 없다는 점에서 허탈한 기분을 선사한다. 누구나 아는 건강한 생활방식 - 신체적, 정신적으로 - 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늙지 않는 비결이니까. 그러나 누구나 쉽고 간단하게 실천할 수 있으며 큰돈이 들지도 않는다는 측면에서는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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