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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

인문 |《이동진 독서법》리뷰, 이동진 평론가의 행복해지는 독서 철학

by 생각의조각 2022.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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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독서법》

부제 :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저 | 위즈덤하우스

 

이동진 평론가가 글을 쓸 때마다 하나하나 찾아보는 찐팬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그의 언어를 좋아한다. 그의 글을 볼 때마다 늘 '이 사람은 어려운 이야기를 어쩜 이리 쉽고 세련되게 표현하지?' 생각하며 감탄하게 된다. 아마도 그의 언어가 내 취향인 모양이지.

 

이 책을 읽게 된 것 또한 이렇게 글을 잘 쓰는 사람의 독서법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 배울만한 점이 있을까 하는 호기심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이 책을 읽으면 당신의 인생이 바뀐다", "이 독서법을 따라 하면 당신은 성공할 수 있다"와 같은 부류의 실용서적은 아니다.

 

이동진 본인도 단지 책을 읽음으로써 인생의 전반적인 문제가 즉각 해결될 것이라는 식의, 책에 대한 신화는 믿지 않는다고 분명히 못을 박았다. 따라서 성공과 자기 계발에 대한 실용 독서법을 기대한 사람에게는 실망스러운 책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때로는 공감하고 때로는 놀라워하며 굉장히 즐겁고 재미있게 읽었다. 매끄럽고 편안한 문장 덕분에 가독성이 좋았던 데다, 가르침을 표방하는 독서법 관련 서적보다 오히려 배우는 것도, 새로이 깨닫게 된 것도 많았다.

 

책의 구성

 

이 책은 크게 세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파트는 이동진 본인의 독서 취향이나 습관을 엿볼 수 있는 에세이다. 책에 대한 그의 찐 사랑을 엿볼 수 있다.

 

두 번째 파트는 이다혜 작가와의 대담 형식으로, 편하게 질문과 답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독서에 대한 이동진 평론가의 독서 철학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세 번째 파트는 무려 800권에 달하는 각 분야의 이동진 추천 도서 목록이다.

 

구성을 보다시피 그의 에세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책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대담 파트는 글이라기보다 라디오를 듣는 느낌을 주고, 추천 도서 목록은 부록에 가깝다. 때문에 책을 처음 접했을 때는 '뭐야, 글이 왜 이리 짧은 거야?'하고 삐딱하게 바라본 것이 사실이다. 나는 이동진의 글을 보고 싶었던 거지, 대담을 원한 게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고.

 

그러나 이다혜 작가와의 대담은 독자로서 궁금한 부분을 긁어주는 듯한 시원함을 선사했고, 이다혜 작가 본인도 워낙 말을 잘하는 사람이라서 감탄할만한 생각을 많이 수집할 수 있었다. 의외로 배울만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 파트랄까. 

 

독서는 "재미"다

 

이동진의 독서 철학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독서는 재미다"가 아닐까. 책에 대한 그의 찐사랑을 엿볼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책을 읽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 예를 들자면, 지식이 늘어나고, 화술이 좋아지고, 글을 잘 쓰게 되는 것과 같은 효과는 어디까지나 '부산물'에 불과하다.

 

이동진은 목적 독서를 지양한다. 무언가를 얻고자 하는 목적으로 책을 읽으면, 지루함을 견디는 고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금방 지쳐 나가떨어진다. 결국 책을 읽는 그 과정 자체에 재미를 느껴야만 독서를 오래, 행복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책이 유용하기 때문이라는 부차적인 이유보다, 재미있는 책이 내 앞에 있기 때문에 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내가 보고 있는 또 다른 책 《그릿(GRIT)》에서 읽은 내용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 성공하는 사람이 지니고 있는 "그릿 - 끈기 있는 노력"의 바탕이 되는 것이, 바로 이 "자발적으로 느끼는 재미"이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꾸준히 지속하고 싶다면 먼저 "재미"에서 출발해야 한다. 재미야말로 "열정적이고 꾸준한 노력"의 연료라고 할 수 있다.

 

 

독서는 "넓이"다

 

보통 사람들은 깊이 있는 독서를 추구하라고 말한다. 한 가지 주제에 관련된 책 10권 읽기, 같은 것 말이다. 그러면 그 분야에 대한 준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갖추게 될 테니 말이다.

 

그러나 이동진 본인은 깊이보다 넓이를 추구하는 독서를 즐기라고 말한다. 어차피 넓은 독서를 하다 보면, 깊이는 자연스레 생기게 마련이라고. 한 분야에 우물 안 개구리처럼 갇혀 있는 것보다, 서로 다른 분야의 책을 읽다 보면 서로 상승효과를 일으키게 되고, 그 차이점에 주목하여 보다 새로운 것을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동진이 초반에 이야기 한 "허영조차도 필요한 시대"라는 표현 역시 이와 연결 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보다 있어 보이고 싶다"는 지적 허영심을 가지고 있는 편이, 그런 허영이 없는 것보다 낫다. 이런 종류의 허영이 없다면 본인 취향 이외의 것에 무관심하게 되고, 더 심하면 배타적이고 편협한 태도를 취하게 된다. 이런 태도로는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 즉 도약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넓이 없이 깊이만 추구하는 독서를 한다면 결국 본인의 관심사와 취향에만 몰입하는 것이다. 이 또한 편협하고 한정된 시야에 갇혀, 새로운 세상에 대한 통로를 차단해 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독서력이 부족하다면 줄거리 요약부터 시작하라

 

블로그에 서평을 쓰는 사람으로서, 이 파트는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늘 북 리뷰를 쓸 때마다 그저 줄거리만 요약하면 되는 것인지, 내 감상을 위주로 써야 하는 것인지, 쓴다면 좋은 부분만 쓸 것이 아니라 비판적인 내용도 적어야 하는지, 등등 고민되는 부분이 많았다. 북 리뷰를 쓰는 것이 어찌나 부담스럽고 어렵게 느껴지던지.

 

이동진은 독서력이 부족하다면 비판적 독서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말한다. 독서 초보자가 자신만의 판단 기준을 바탕으로 저자의 부족한 부분을 비판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독서 초보자는 책을 비판하려는 부담을 버리고, 일단 요약하는 것부터 시작하라.

 

책을 요약하는 것은 책의 핵심과 구조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고, 무엇보다 책의 줄거리를 자기화하는 행위다. 줄거리 요약조차도 글 쓰는 이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를 핵심 줄거리로 삼을 텐데, 이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즉, 줄거리 요약조차도 객관적이지 않다. 주관적인 행위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독서력이 늘어날 것이고, 이는 훌륭한 비평 능력으로 확장될 수 있지 않을까. 

 

행복한 습관을 가진 사람이 행복하다. 독서는 행복한 습관이다.

 

행복해지는 습관에 대한 대담 역시 흥미롭다.

 

우리의 인생은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하루가 아니라 습관을 매일 반복하는 소소하고 평범한 하루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특별한 이벤트보다 인생 대부분을 차지하는 습관을 행복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이동진에게는 이것이 바로 독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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