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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

소설 | 링컨 라임 시리즈 1,《본 컬렉터(The Bone collector)》리뷰 (스포 有)

by 생각의조각 2022.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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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컬렉터(The Bone collector)》

제프리 디버 저, 유소영 역│랜덤하우스코리아│추리/미스터리/스릴러, 영미소설

링컨 라임 시리즈, 제1편

처음으로 읽은 링컨 라임 시리즈는 8번째 이야기인 "브로큰 윈도(The Broken Window)"였다.

링컨 라임 시리즈라는 게 있는 줄도 모르고, 그저 제목이 특이해서 읽기 시작한 것이었는데 그 치밀한 구성과 스토리, 매력적인 캐릭터에 한눈에 반해버리고 만 것. 제프리 디버라는 작가의 이름도 링컨 라임 시리즈의 존재도 이때 내 뇌리에 확실하게 각인되어, 이 시리즈의 처음부터 정주행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치밀한 구성과 긴박한 전개,매력적인 캐릭터,뒤통수얼얼한 반전

이 작품의 매력포인트는 속도감 있는 긴박한 스토리 전개다.

주인공 일행은 연쇄살인범이 살인 현장에 남겨둔 단서를 근거로 다음 범행시간과 장소, 피해자를 예측해내야 한다. 마치 예고살인을 예방하듯 방어전을 펼치는 셈이다. 제한시간 몇 시간 내에 피해자를 구출하지 못하면 살해당할 거라는 사실을 아는 만큼, 그로 인한 긴장감이 굉장하다.

특히나 범인의 범행 수법이 상상력 풍부한 사람이라면 몸서리칠 만큼 잔인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꼭 구출당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하필이면 작가 필력이 대단해서 그 끔찍한 장면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느껴진다는 것도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랄까.

수사팀의 시점과 살인범의 시점이 번갈아 나오기 때문에 범인의 정체에 대해 유추할 단서가 많은 편인데, 이래도 범인 찾기 쉽지 않을걸? 하는 작가의 자신감이 엿보이는 느낌이다.ㅋㅋ

특이한 점이라면, 주인공 링컨 라임이 사지마비 환자라는 것. 발바닥 땀나게 뛰어다녀야 할 수사관이 꼼짝도 못 하는 사지마비 환자라니, 처음에 이 사실을 알았을 땐 어찌나 황당하던지. 다행스럽게도 링컨은 과거 뉴욕 시경의 천재적인 과학수사국장이었던 이력이 말해주듯 뛰어난 두뇌만으로도 범인과 막상막하의 대결을 펼친다.(정말이지 범행 방어율이 나쁘지 않았다. 내가 아는 탐정들은 사람들이 다 죽고 나서야 범인을 잡던데!)

링컨이 성격 나쁜 천재라는 공통점 때문에 유독 셜록 홈즈에 비유되는 것 같은데, 내 개인적으로는 셜록보다 CSI의 길 그리썸이 연상되는 캐릭터였다. 과학수사 분야의 천재라는 점, 냉철하고 분석적인 성격, 사람에 대한 분석(ex. 심리 프로파일링)보다 객관적이고 물질적인 증거를 종교처럼 여기는 부분이 상당히 비슷하지 않은가.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주인공 링컨보다 제2의 주인공이랄 수 있는 아멜리아가 좋았다. 글을 읽는 내내 남자 작가인 것 치고 여성 캐릭터를 상당히 잘 쓰는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적어도 그 여성 캐릭터가 남주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들러리가 아니라 독립적인 한 인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끔 표현하기 때문이다.

링컨의 감식반 수제자이자 그의 손발이 되어 주는 보조적 캐릭터의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멜리아는 독설가 링컨에게 쫄지 않고 자기 의견을 당당하게 피력한다. 또한 링컨에게 감식에 대해 배우기는 하지만 물질적 증거만이 수사의 근본이라 생각하는 링컨과 달리, 사람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잃지 않으려는 자기 주관을 관철시키는 단호함도 보여준다. 심지어 명사수에 소설 속에서 멋진 액션은 아멜리아 혼자 다 하기 때문에, 내 마음속에서는 진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멋진 캐릭터인 것이다.

물론 아멜리아뿐만 아니라, 다른 조연들 또한 짧게 등장했음에도 그 존재감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주인공이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팀워크가 더 중시되고, 조연들의 매력이 묻히지 않을 수 있었다.

반전으로 유명한 작가답게 마지막에 뒤통수 얼얼한 반전 몇 개가 기다리고 있다. 반전은 대개 감탄이 나오거나 어이가 없거나 둘 중 하나인데, "본 컬렉터"의 경우에는 전자였다. 제프리 디버는 독자에게 인색한 작가가 아니라서 추리할 수 있는 단서를 아낌없이 주는 편이다. 오히려 너무 많은 실마리를 주기 때문에 정보 과잉으로 인해 혼선이 일어난달까. 결말을 보고 나서 돌이켜보면 복선 회수의 탁월함과 치밀한 플롯에 감탄이 나온다.

단 두 작품을 읽었을 뿐이지만 내게는 그야말로 "믿고 읽는 작가"가 된 제프리 디버, 다음 시리즈도 이만큼 만족스러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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