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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

소설 | 타우누스 시리즈 7,〈산 자와 죽은 자〉리뷰 (스포 有)

by 생각의조각 2022.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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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리디북스

〈산 자와 죽은 자〉 리뷰

넬레 노이하우스 저, 김진아 역│북로드│추리/미스터리/스릴러, 독일 소설

#. 스나이퍼 암살자에 의한 연쇄살인

 

초반부부터 대놓고 복수극임을 암시하며 그 복수의 이유를 추적해나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던 <산 자와 죽은 자>.

 

앞선 타우누스 시리즈의 살인범들이 살인에 있어서는 아마추어였던 것과 달리, 이번 시리즈의 살인범은 그야말로 전문가 포스를 뿜어내며 온 도시를 공포에 몰아넣는다. 냉철한 이성과 철저한 계획을 통해 올리버, 피아를 비롯한 수사팀을 마음껏 농락하며, 전 타우누스 시리즈 중 최고의 승률(?)을 자랑하는 살인마가 탄생한 것이다. 

 

#. 장기기증과 장기이식의 실태에 대한 고발

 

그동안 평범한 사람들의 개인적 욕망과 치정으로 인한 범죄를 그렸던 넬레 노이하우스가 소재의 한계를 느낀 것일까, 타우누스 시리즈 6편부터 사회문제가 반영된 글을 쓰는 쪽으로 스타일 변화를 꾀하고 있는 듯싶다.

 

이번 시리즈 역시 지극히 개인적인 복수를 다루고 있지만, 동시에 장기기증과 장기이식의 어두운 이면을 그려냄으로써 사회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올리버와 피아의 수사를 통해 장기기증과 이식 절차상 일어나는 문제들이 자세히 드러나는데, 개인적으로는 장기기증에 대해 막연히 좋은 이미지만 가지고 있었던 터라 상당히 충격적인 내용들이었다. 타인을 위한 선한 마음을 악용하는 자들, 윤리적 목적을 명분으로 내세운 장기기증 강요, 기증자에 대한 존중이라고는 없는 이식 과정 등, 장기기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실태에 심사가 복잡해진다.

 

이 소설이 범죄 소설인만큼 불법적인 측면이 크게 부각되었음을 감안해야겠지만, 의료에 관한 한 문외한이기에 의료 시스템에 대한 불신, 의혹의 감정이 생겨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일까, 앞서 역겹게만 느껴지던 타우누스 시리즈의 다른 살인범들과 달리 이번 시리즈의 살인범은 반쯤은 공감하고 응원하게 되는 마음까지 생겨나는 것은.

 

#. 복수는 정당한가, 하는 문제

 

이번 시리즈는 윤리적 고민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첫째로는 이미 위에 언급한 장기기증 문제가 그렇고, 둘째로는 복수는 정당한가에 대한 문제다.

 

물론 교과서적인 답은 항상 정해져 있다.

 

복수를 하고 싶다면 법의 심판을 받게 하라.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을 뿐이다. 복수한다고 해서 죽은 사람이 돌아오지는 않는다. 복수를 해도 너의 고통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대사를 정의로운 주인공이 내뱉으며 사적인 복수를 막아선다. 사실 이성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 옳다. 그러나 이성적인 옳음과 감정적인 납득은 전혀 다른 문제다. 타인의 잘못으로 인해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파괴된 자, 그래서 더 이상 잃을 것도 없고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는 자의 마음에 저 진부한 대사들이 와 닿을 리가 없다.

 

독자인 나도 이러한데, 피해자 당사자야 오죽할까. 그래서 이번 시리즈에서는 올리버와 피아를 응원하기보다, 범인이 마지막 목적을 완수하길 바라게 되더라. 아마도 이 세상에 영화, 드라마, 소설 할 것 없이 복수극이 유난히 많은 것은, 차마 복수에 자신의 삶을 내던질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통해서나마 한풀이를 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 캐릭터

 

개인적으로 조연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들었던 카롤리네. 자기 가족의 치부를 들추는 건 쉽지 않은 일인 만큼, 용기를 내어 어머니와 자신의 딸을 위해 진실을 추적해 나가는 모습이 멋있었다. 1회용 캐릭터로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올리버와 엮일 모양이다.

 

올리버는 결국 잉카와 사귀는 사이가 되어 지난 몇십 년 동안 이루지 못했던 첫사랑이 이루어진 건가 싶었는데, 결말에 이르러선 어이없을 정도로 싱겁게 헤어지고 말았다. 올리버도 웃긴 게, 그동안 자신의 첫사랑이라며 잉카한테 절절매고 미련이 남은 것 같더니 막상 사귀고 나서는 어찌나 뜨뜻미지근한지 모른다.

 

역시 첫사랑은 미화된 추억으로만 남아있는 게 낫다. 물론 잉카도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는 등, 비밀이 많고 당최 뭘 생각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인물이라 정이 가진 않지만. 

 

피아는 드디어 크리스토퍼와 정식으로 결혼에 골인했다. 크리스토퍼야말로 작가님이 생각하는 완벽한 남편상인가 보다. 모든 남자들을 망가뜨리는 와중에도 크리스토퍼만은 작가님의 비호를 받고 있는 것 같다.

 

니콜라 엥엘의 귀환. 벤케는 종신형을 받아 정말 확실하게 퇴장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딱히 아쉽지 않다, 너무나 싫어하던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니콜라는 좋아하던 캐릭터였기에 재등장이 반갑기는 하지만, 지난 6편에서의 반전이 충격적이었던 만큼, 이제 와서 과거의 비리에 연루된 게 아니라는 애매모호한 설명이 납득이 되질 않는다. 분명 벤케에게 고의로 잘못된 지시를 내린 정황이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한 제대로 된 해명도 없이, 니콜라는 죄가 없다고 몇 줄짜리 서술로만 설명한 게 전부. 니콜라를 대신할 캐릭터가 없어서 재활용하기 위해 귀환시킨 걸까 추측할 뿐이다. 

 

피아 여동생 의 등장. 이번 시리즈에 처음으로 등장하여 유능한 심리학자로 활약하더니 니콜라와 뜻밖의 커플이 되었다. 올리버의 가족에 대해서는 더할 나위 없이 상세하게 알고 있다. 전부인 코지마를 비롯하여 부모, 형제, 자식 가릴 것 없이 골고루 다양하게 등장했으니까. 그러나 피아의 가족에 대해서는 부모님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정도만 알 뿐 별다른 정보가 없었는데 이번 시리즈를 시작으로 피아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씩 풀어나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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