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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

소설 | 타우누스 시리즈 6,〈사악한 늑대〉리뷰 (스포 有)

by 생각의조각 2022.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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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리디북스

〈사악한 늑대〉 북 리뷰

넬레 노이하우스 저, 김진아 옮김│북로드│추리/미스터리/스릴러, 독일소설

#. 타우누스 시리즈의 스타일 변신

 

타우누스 시리즈 4편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넬레 노이하우스의 원패턴형 치정 시리즈가 아닌가, 하는 실망스러운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5편부터 캐릭터의 입체적인 묘사가 돋보이고 스토리의 규모도 커지는가 싶더니, 6편에 와서는 더욱 큰 스타일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주변에 흔히 있는 친근한 유형의 사람들, 즉 평범한 사람들의 보편적인 갈등을 주요 소재로 삼던 넬레 노이하우스가 이제는 사회적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문제의식 있는 글을 쓰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내 개인적 취향으로는 과거의 타우누스 시리즈보다 이쪽이 단연 몰입도가 높고 재미도 한 수 위라서 이 변화가 무척 반갑다.  

 

#. 아동 성폭력에 대한 고발, <사악한 늑대>

 

지금까지 읽은 타우누스 시리즈 중 제일 숨 막히고 조마조마한 기분으로 읽어 내려간 여섯 번째 이야기 <사악한 늑대>.

 

아동 성범죄, 그것도 개인이 아닌 아동 포르노 마피아와 스너프 필름까지 얽힌 이야기인지라, 흥미진진한 만큼 더더욱 끔찍하고 역겹게 느껴졌다. 피아에게 가까운 인물들까지 사건에 얽힌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그 긴박한 상황 때문에 어찌나 긴장이 되었는지 모른다.

 

사건 해결의 막바지에 이르러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되지만, 마지막 에필로그를 읽는 순간 다시 고구마를 먹은 듯 답답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 아마도 작가는 한 사건의 범인을 잡는다 한들 비슷한 범죄는 근절되지 않고 반복되어 일어날 것이라는 점을 경고하고 싶었던 것이겠지만 읽는 독자로서는 환장할 노릇이다. 적어도 소설에서만큼은 현실과 달리 권선징악이 제대로 실현되는 판타지를 만끽하고 싶기 때문이다.

 

#. 보다 매력적으로 변한 캐릭터들

 

부인 코지마의 외도와 이혼으로 형편없이 망가졌던 올리버. 6편에서는 그런 올리버가 자신의 무너진 삶을 차곡차곡 정리하여 안정을 되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아저씨가 삽질을 하면 할수록 피아가 그 뒷수습을 하느라 개고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째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앞으로 잉카 한젠과 커플로 엮일 것만 같은데 - 아직은 좋은 친구사이라지만 - 그녀 역시 니콜라나 코지마처럼 자의식이 높고 독립과 자유를 중요시하는 유형인 걸 보면 아저씨 취향 참 소나무다 싶다. 그런데 본인은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사람이면서 항상 자신과 정반대 타입의 여자를 좋아하는 걸 보면, 이 아저씨 연애사가 순탄치 않은 이유를 알겠다. 

 

피아와 감식 반장 크리스티안 크뢰거와의 파트너십도 보기 좋았다. 솔직히 올리버보다 크뢰거와 합이 더 잘 맞는 것 같다. 크뢰거는 4편까지는 별 존재감이 없다가 5편부터 눈이 가기 시작한 인물이다. 피아의 전남편 헤닝과 앙숙 사이로 헤닝에게 하는 말마다 워낙 사이다인 데다, 배려심 있고, 눈치 빠르고, 유능하고, 솔직히 여기 나온 남캐들 중 제일 매력적이다. 피아에게 크리스토프가 없었더라면 커플로 밀고 싶을 정도. 이렇게까지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걸 보면 작가가 새롭게 밀어주려는 인물인가 싶기도 하다.

 

이번 시리즈의 주조연이라고 할 수 있는 한나와 그녀의 딸 마이케의 캐릭터도 정말 좋았다. 초반에는 오만하고 이기적이었던 한나, 역시 똑같이 이기적이며 어리광 부리는 어른 아이에 머물러 있던 마이케가 후반부로 갈수록 고통을 겪으며 성장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특히 마이케의 전기충격기 씬은 6편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이다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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