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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

소설 | 타우누스 시리즈 5,〈바람을 뿌리는 자〉리뷰

by 생각의조각 2022.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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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리디북스

〈바람을 뿌리는 자〉 북 리뷰

넬레 노이하우스 저, 김진아 옮김│북로드│추리/미스터리/스릴러, 독일 소설

위선자들의 한바탕 대소동

4편에서 실망했던 내 마음을 다시 홀린 다섯 번째 타우누스 시리즈.

 

충격을 주기 위한 자극적인 설정과 반전의 연속이었던 지난 이야기와 달리, 5편은 겉과 속이 다른 인간의 위선적인 모습을 보다 입체적이고 다채롭게 그려내어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그동안 시기, 질투, 치정, 금전적 이익으로 모두 설명 가능했던, 다소 평면적이었던 넬레 노이하우스의 캐릭터들에게 복합적이고 깊이감 있는 서사가 부여됐다는 느낌이다. 

 

정말이지 등장인물 모두가 징글징글하고 혐오스럽다가도, 그것이 내 안의 추한 면모를 거울처럼 비추는 듯해 미워만 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콤플렉스와 트라우마를 감당하지 못해 남을 속이고, 자신마저 속이는 위선자적인 면모를 갖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각각의 인물들에게 연민의 감정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한편으로는 거대한 국제적 음모의 희생양이 된 니카라는 인물을 등장시킴으로써, 그동안 평범한 사람들의 인간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보편적인 갈등을 다뤄왔던 넬레 노이하우스로서는 나름 새로운 시도를 한 것으로 보인다. 본격 액션 스릴러라기엔 다소 겉핥기식이기는 하지만, 음모를 파헤치기 위해 국경도 넘고 사회적인 문제 - 기후 조작 스캔들 - 를 제기하기도 하는 등 기존 타우누스 시리즈와는 다른 면모가 돋보이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변화가 신선하고 마음에 든다. 넬레 노이하우스 역시 자신의 이야기가 비슷한 인물과 범행 패턴이 반복되어 식상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음이 틀림없다. 

 

위기의 올리버, 떡상하는 피아

이번 편의 올리버는 눈 뜨고 봐줄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서, 그간 이 아저씨를 짜증스럽게 생각했던 나조차도 그가 걱정스러웠다. 앞으로도 이런 식이라면 작가는 올리버를 은퇴시켜야만 할 것이다. 사건에 집중을 못해 피아가 그의 몫까지 죄다 도맡아야 했던 데다, 금사빠 기질도 여전해서 여자에 홀려 공사 구분 못하고 판단 오류를 범하는 모습을 보자니 한숨만 나온다.

 

반면 피아는 이번 편을 계기로 자신의 가치를 확실하게 입증했다. 올리버를 대신해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해 낸 데다 올리버의 삽질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 있게 기다려주고 이끌어주는 모습을 보자니, 피아가 수사반장이고 올리버가 부하 같아 보일 지경이다.

 

기타

피아의 절친 미리엄은 결국 피아의 전남편 헤닝과 결혼에 골인함으로써 쓰레기 수거반이 되었다. 아니 끝없이 바람피우는 놈인데, 제 버릇 개 못준다고, 뭘 믿고 결혼할까 싶다. 게다가 이 커플과 계속 교류하고 살아야 하는 피아도 어찌나 쿨한지, 내추럴 본 한국인인 나로서는 참 적응 안 되는 인간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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