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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

소설 | 타우누스 시리즈 2, 〈너무 친한 친구들〉리뷰

by 생각의조각 2022.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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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리디북스

〈너무 친한 친구들〉 북 리뷰

넬레 노이하우스 저, 김진아 역│북로드│추리/미스터리/스릴러, 독일 소설

타우누스 시리즈, 그 두 번째 이야기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 그 두 번째 이야기인 <너무 친한 친구들>. 다 읽은 감상은, 독일인도 막장을 좋아한다는 것. 역시 막장은 만국 공통의 팝콘 콘텐츠인 모양이다.

 

추리보다 재미있는 막장드라마

넬레 노이하우스의 작품은 좋게 말하자면 현실적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극적인 요소가 별로 없다. 범인의 정체? 놀랍지 않다. 그 놈일 줄 알았다. 범행 트릭? 복잡하지 않다. 단순하다. 평범한 인간인 나도 따라서 실행할 수 있을 만큼. 범행 동기? 지극히 보편적인 인간의 욕망에 기반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넬레 노이하우스의 글은 개연성이 제법 높지만 반전 요소로 인한 놀라움은 부족하여, 추리/미스터리/스릴러 장르로써의 매력은 덜한 편이다.
대신, 이미 위에서 언급했듯, 그녀의 작품은 다양한 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막장애정극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마디로 추리보다 드라마적 요소가 훨씬 더 매력적이다.

 

첫 번째 이야기 <사랑받지 못한 여자>가 남자 주인공이랄 수 있는 올리버 폰 보덴슈타인 수사반장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면, 두 번째 이야기 <너무 친한 친구들>은 여자 주인공 피아 키르히호프 형사의 애정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피아는 물론이고, 기타 주·조연들의 얽히고설킨 애정 관계에서 막장 아닌 요소를 찾는 것이 힘들 정도로 스펙터클 하다. 해외 드라마를 보거나 해외소설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한국 작품의 막장 레벨은 외국에 비하면 별 거 아니라니까!

 

일단 올리버와 피아는 1편에 비해 나름 친밀해지긴 했으나 어디까지나 친한 직장 동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담백한 관계를 유지 중이다. 두 사람이 타우누스 시리즈의 남주와 여주 포지션인 만큼 러브라인으로 엮일까 걱정했는데 다행스럽다. 

 

올리버는 1편에서와 마찬가지로 미덥잖다. 유부남이지만 한눈 열심히 팔기 + 범인 헛다리 짚기 + 자기 가정사 때문에 피아에게 화풀이 하기 등등의 전적이 있는데, 이 아저씨가 곱게 보일 리가 있나. 잉카 한젠도 피아도 당신 여자가 아니건만, 가정도 자식도 있는 아저씨가 뭐 그리 질투심이 많은 건지 모르겠다. 늦둥이도 생긴만큼 다른 여자들 신경 쓰지 말고, 자기 집안이나 잘 돌보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솔직히 이쯤 되면 작가가 피아의 유능함을 부각하기 위해 올리버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의심이 확신으로 굳어진다.

 

타우누스 시리즈에 셜록 홈스처럼 튀는 매력의 캐릭터는 없다. 우리 옆집에 살 것만 같은, 적당히 유능하고 적당히 바보짓도 하는 평범한 인물들이 주인공이다. 그러나 오히려 그 때문에 넬레 노이하우스가 요리한 막장드라마는 더욱 현실감을 띠어 흥미진진하다. 스트레스 때문에 묵직해진 머리를 가볍게 식히고 싶을 때, 넬레 노이하우스의 글은 킬링타임용으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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