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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

소설 | 에이머스 데커 시리즈 3,《죽음을 선택한 남자(THE FIX)》Book Review (스포 有)

by 생각의조각 2022.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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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리디북스

죽음을 선택한 남자(THE FIX) 북 리뷰

데이비드 발다치 저, 이한이 옮김│북로드│추리/미스터리/스릴러, 영미소설

 

전작보다 나은 에이머스 데커 시리즈, 제3편

에이머스 데커 시리즈에서 벌어지는 사건 자체로만 평가하자면 1편보다 2편이, 그리고 2편보다 3편이 더 재미있다. 갈수록 데커의 사회적 위치가 안정되는 데다, 벌어지는 범행 사건의 규모도 점점 더 커져서 화려한 액션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인공 데커의 매력이 부족하다는 걸 작가도 아는 것인지 이번 시리즈에도 '하퍼 브라운'이라는 매력적인 신캐릭터를 등장시켰는데, 이 부분이 내게는 효과가 있었다. 멜빈 마스도 재등장하여 나름 큰 활약을 하는데 이쯤 되면 FBI 팀에 넣어줘야 하는 게 아닌지.

 

물론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건 데커의 원맨쇼이며 뒤로 갈수록 이야기의 힘이 빠진다는 고질적인 단점 또한 여전하다. 솔직히 집단지성의 힘을 믿고 인간보다 기계가 객관적이며 정확하고 무섭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단 한 명의 인간일 뿐인 데커가 - 아무리 과잉기억 증후군이라지만 - 군 소속 CIA라는 국방정보국보다 유능하다는 부분에서 실소가 나왔다.

 

차라리 판타지 장르라면 모를까 내가 살고 있는 현재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과장이 지나치면 현실성이 떨어지는 법이다. 악당들이 데커가 사건을 해결할 때까지 살살 공격하는 배려(?)를 해주는 것도 맥 빠지는 부분이다. 그 정도의 정보력과 실행력, 자금력이 있으면 그냥 총공격으로 데커네 FBI 팀을 작살내 버리는 게 납득할 만한 전개인데, 왜 납치해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악당이라면 데커네 팀을 위협할 시간에 그냥 총으로 쏴 죽여버리겠다. 이런 이유로 마지막으로 갈수록 이야기가 유치하게 느껴지는 측면이 있다. 

 

여성 독자를 겨냥한듯한 신캐릭터, 하퍼 브라운

이 시리즈에는 이미 여주인공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 듯한 여캐 알렉스 재미슨이 있다. 그러나 딱히 특기라고 할 만한 것이 없어서 데커의 부록이랄까, 비서 같은 역할만 하는지라 존재감이 없다. 솔직히 재미슨이 자신보다 나이가 15살이나 많은 데다 잘생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인간적 매력이 있는 것도 아닌 데커의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서 엄마나 누나, 애인처럼 보살펴주는 것부터 못마땅한 게 사실이다.

 

1편에서 잘못된 기사를 내보내 데커의 삶에 큰 민폐를 끼쳤다는 죄책감, 데커 덕분에 FBI에 취직한 은혜, 이 두 가지 이유로 데커의 엄마처럼 구는 거라고 이해해보려 해도 짜증스럽다. 심지어 이번 편에서는 재미슨이 밀어붙여서 같은 집에 사는 하우스 메이트까지 되었다. 작가가 42살 아저씨 데커와 27살 재미슨을 커플로 엮기 위해 밑밥을 차곡차곡 쌓는 느낌이다. 이런 설렘도 공감도 못할 설정이라니.

 

작가가 이런 나의 마음을 아는 것인지 이번에 나온 신캐릭터 하퍼 브라운은 재미슨과 다른 타입이다. 타고난 금수저이면서도 집안의 도움 없이 본인의 노력으로 커리어에서 크게 성공했고, 자신의 직업에 대한 애정과 확신이 있는 사람이다.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라면 목숨도 거는데다 아들을 원했던 아버지에게 인정받고자 했던 짠한 과거사까지 나오자, 전형적이긴해도 멋있는 요소를 몰빵 받은 멋진 여성 캐릭터가 완성된 느낌이다.

 

내 입장에서는 다소 식상하더라도 이런 캐릭터가 재미슨보다 훨씬 마음에 드는 게 당연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주인공보다 조연인 하퍼 브라운-멜빈 마스의 커플 성사가 더 빠르다. 하퍼 브라운이 57세, 멜빈 마스가 42세로 15세 연상연하 커플인데, 이 점까지 데커-재미슨 커플의 나이차와 똑같아서 좀 우습기까지 하다. 설마 작가님, 이런 부분에서까지 남녀 공평한 연상연하 커플을 만들려고 하는 건가요.

 

여하튼 알렉스 재미슨은 처음 등장했을 때 기자라는 직업에 인생을 올인한 듯한 강한 근성이 엿보여서 좋았는데, 데커를 따라 FBI로 온 뒤로는 오히려 그녀만의 매력이 줄어든 느낌이다. 아직까지는 '데커는 남자가 아니다'라며 '우리는 파트너'라고 말하는 재미슨이지만, 데커-재미슨의 파트너십이 앞으로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는 눈에 뻔하지 않나 싶다.

 

킬링타임용으로는 굿, 재독은 글쎄

어째 장점보다 단점을 더 많이 말한 것 같지만, 여전히 킬링타임용으로는 훌륭한 에이머스 데커 시리즈다. 투덜대면서도 읽는 건 이 이야기 나름의 매력이 있다는 것. 다만 재독을 할 정도로 마음에 와닿거나 인상 깊은 문장이 없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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