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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

소설 | 에이머스 데커 시리즈 2,〈괴물이라 불린 남자(THE LAST MILE)〉리뷰

by 생각의조각 2022.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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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리디북스

〈괴물이라 불린 남자(THE LAST MILE)〉

데이비드 발다치 저, 김 저, 김지선 역│북로드│추리/미스터리/스릴러, 영미소설

전작보다 재미있는, 에이머스 데커 시리즈 제2편

첫 번째 이야기가 주인공의 모든 것을 기억하는 능력을 전면에 내세워 흥미를 유발했다면, 두 번째 이야기는 주인공의 망가진 인생 갱생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전작보다 2편이 보다 나았는데, 1편은 '데커의 인생 : 절망 편'이라 읽는 내내 우울한 분위기였던 반면 2편은 '데커의 인생 : 희망 편'을 보는 듯했기 때문이다. 삶의 의욕을 잃었던 데커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며 본인을 돌보기 시작했고, 본인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FBI 취업에도 성공했으며, 좋은 친구도 몇 명 생겼으니까.

 

물론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주인공인 에이머스 데커가 영 마음에 들지 않지만 멜빈 마스라는 매력적인 조연이 이를 상쇄한다. 이 시리즈의 표면적 주인공은 에이머스 데커, 그러나 진주인공은 멜빈 마스라는 느낌. 전직 미식축구 선수답게 우월한 몸매, 운동선수는 멍청하다는 편견을 깨뜨리는 영리한 두뇌, 데커보다 호감형인 성격까지, 난 이 캐릭터가 여러모로 마음에 들었다. 우울한 성격의 데커도 마스 앞에서는 적극적이고 활발해 보이기까지 해서 더더욱. 이대로 떠나보내기엔 아까운 캐릭터라 앞으로 이 시리즈의 고정멤버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화와 같은 전개, 빈약한 악역, 데커의 원맨쇼

1편에서도 그랬지만 2편 역시 그렇다. 바로 눈앞에서 전개되는 것처럼 생생하고 역동적인 장면과 인물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꼭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글의 가독성도 좋아서 술술 시원하게 읽힌다. 덕분에 빠른 템포로 전개되는 액션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한 재미가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악역 서사의 빈약함이다. 1편에서도 느낀 거지만, 데이비드 발다치 글 속의 악역들은 항상 내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시리즈 1편의 살인마가 데커의 가족을 살해한 것은 설득력이 부족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주인공 데커에게 비극적인 사연을 부여하고 싶은 작가가 억지스러운 설정을 집어넣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2편의 악역들은 시시하다. 멜빈 마스가 죄를 짓지 않았는데도 20년 동안 감옥에 처박혀 있어야 했던 건, 그만큼 그 악역들이 두려운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드러난 악역들은 그렇게 공포스럽지도, 압도적이지도 않았다. 고작 이런 자들 때문에 멜빈 마스는 20년의 세월을 빼앗긴 것이라니 어찌나 허탈하던지.

 

에이머스 데커의 원맨쇼에 가까운 수사과정 또한 문제다. 물론 데커가 주인공이니만큼 돋보여야 하는 게 사실이지만 그 때문에 FBI 동료들이 지나치게 무능해 보인다. 난 유능한 팀원들과 데커가 다 함께 훌륭한 팀워크를 보여주기를 원했지, 그들이 데커의 조수나 비서 노릇이나 하는 걸 보고 싶지는 않았다. 

 

여전히 에이머스 데커 시리즈는 재미있다. 그러나 그 한계 또한 명확하다. 1편과 2편의 인상이 크게 다르지 않다. 킬링타임용 소설로써는 훌륭하지만, 마음에 와닿는 감동이 없고 캐릭터가 얕다. 작가는 주인공 데커를 열심히 밀어주고 있는데 나는 그 인물이 제일 싫으니 어쩜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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