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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

소설 | 기괴한 공포를 선사하는 SF 판타지〈사라진 세계(The Gone World)〉리뷰 (스포 有)

by 생각의조각 2022.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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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리디북스

〈사라진 세계(The Gone World)〉 북 리뷰

톰 스웨터리치 지음, 장호연 옮김│허블│SF/판타지, 영미소설

미지의 존재가 주는 기괴하고 생생한 공포

<사라진 세계(The Gone World)>'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소설은 골치 아프다'는 편견을 갖고 있던 내게 매혹적인 신세계를 보여준 작품이다. 광활한 우주 시공간과 아포칼립스(소설 내에서는 '터미너스'라 칭함)를 시간여행과 함께 엮어, 공포스러우면서도 기괴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세계를 구현해냈다.

 

이제는 식상하게 느껴지는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이토록 박진감 넘치고 신선한 이야기로 재창조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여러모로 애정이 가는, 앞으로 재독 할 것이 분명한 인생작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무수히 교차하는 끝없는 시공간에서의 사투

본격적인 이야기는 주인공 섀넌 모스가 머설트 일가족 살인사건의 수사를 맡으면서 시작된다.

 

단순한 광신도 집단의 잔혹 행위라고 여겨졌던 이 사건이 사실은 인류의 종말 '터미너스'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사실 <사라진 세계>는 시간여행을 테마로 하고 있지만 과거로의 여행은 불가능하고 오로지 미래 세계로의 여행만 가능하다. 그리고 여기에 그 공포의 근원이 있다. 미래세계에서 목격된 인류의 종말 '터미너스'는 시시각각 앞당겨져 나를 향해 다가오는데 나는 그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다. 나의 현재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미래를 향해 계속 나아가고 있으며 과거로 도피할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사라진 세계>가 유독 재미났던 이유는, 시간여행이 불러일으키는 공포의 결이 다채로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제일 큰 공포는 단연 '터미너스'지만, 끝없이 반복되는 불멸의 삶과 쌓여가는 시간의 두께를 이기지 못하고 망가져가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 또한 압권이다.

 

유일성이 파괴된 인간이란 언제든 대체 가능한 물건과 다름없다. 그 사실을 깨달은 인간은 타인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조차 끔찍한 잔혹성을 보인다. 또 에스페란스 행성에서 마주친 외계 생명체들이 탐험대를 그야말로 조각조각 해체하는 순간에 대한 묘사는 무척 그로테스크한 동시에 꽃이 피는 광경을 연상케 해 아름답기도 하다. 무엇보다 그 생명체들의 잔인함은 자연재해와 같아서, 악의가 없기에 더 공포스럽다. 

 

롤 모델로 삼고 싶은 여성 캐릭터들

주인공 섀넌과 더불어, 롤 모델로 삼고 싶은 멋진 여성 캐릭터가 정말로 많이 나온다. 솔직히 멋진 역할은 죄다 여캐들이 맡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달까. 특히 레마크 지휘관은 타인의 입을 통해서만 언급되다가 정말 짧게 등장했음에도 제일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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